현재 대부분의 AI 시스템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제한적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있습니다. 이른바 '제한된 컨텍스트 윈도우' 때문인데, 이로 인해 AI는 새로운 대화를 시작할 때마다 과거의 대화 내용을 잊어버리곤 합니다. 비효율적인 '컨텍스트 체이닝(context chaining)' 방식으로는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 문제를 해결할 'Near-Infinite Memory(거의 무한한 기억력)'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Near-Infinite Memory란?
Near-Infinite Memory AI는 AI가 과거의 상호작용을 장기간에 걸쳐 기억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이는 AI가 단지 새로운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을 넘어, 과거 데이터를 압축·요약하여 효율적으로 기억을 유지하도록 합니다. '거의 무한(Near-Infinite)'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완전한 무한 메모리가 아닌, 근본적으로는 유한한 저장 용량을 가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Near-Infinite Memory의 구현 방법
사실 아직 완벽하게 구현된 기술은 아니지만 몇 가지 방법을 통해 그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1. AI 기억 체계 개선
AI가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도록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계층적 저장) 최근 대화는 즉시 접근 가능하도록 저장하고, 오래된 내용은 클라우드 같은 외부 저장소로 이동시킵니다.
(컨텍스트 인텔리전스) 중요한 정보는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자주 언급되는 정보는 가중치를 높여 빠르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합니다.
(지능형 검색 및 요약) 전체 대화 내용을 저장하는 대신, 핵심 정보를 요약하여 저장하고 필요할 때 불러옵니다.
최근 구글이 발표한 논문은 이와 관련해 'Infinite Attention' 개념을 소개하며 이론적 기반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Leave No Context Behind: Efficient Infinite Context Transformers with Infini-attention
두 가지 Attention 메커니즘을 조합하여 긴 문맥을 유지하면서도 계산량을 최적화 1. Masked Local Attention (국소적 Attention) - 현재 입력 토큰과 가까운 범위의 문맥을 집중적으로 처리 - 기존 Transformer처럼 일반적인 Attention 구조를 사용 - 최신 입력과 관련된 짧은 문맥 정보를 유지하는 역할 2. Long-term Linear Attention (장기 문맥 유지) - 압축 메모리(Compressive Memory)를 활용하여 오래된 문맥 정보를 요약하여 저장 - 기존 Attention 메커니즘처럼 모든 과거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요약된 핵심 정보만 보존 - 필요할 때 과거 데이터를 다시 검색하여 문맥을 유지
https://arxiv.org/abs/2404.07143
2. 초고속 메모리 칩 개발
SK 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은 막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는 초고속 메모리 칩(Supercharged Memory Chips)을 개발하며 하드웨어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는 AI가 방대한 양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Infinite Context Windows) LLM이 이론적으로 길이에 제한이 없는 입력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한 번에 더 많은 대화나 텍스트를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Near-Infinite Memory) AI가 과거의 상호작용을 장기간 유지하는 방식입니다. 단순한 윈도우 크기 확장이 아니라, 데이터를 구조적으로 저장하고 장기 기억처럼 활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Near-Infinite Memory는 장기적인 기억 유지를 목표로 하며, Infinite Context Windows는 그 기억을 즉시 불러오고 활용하는 기술적 요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하는 '디지털 파트너'의 시대
마이크로소프트 AI CEO인 무스타파 술레이먼은 2025년 등장할 모델이 Near-Infinite Memory를 갖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개인의 삶과 성장을 함께하는 '디지털 파트너'로 진화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AI가 사용자의 과거 대화를 기억하고 분석하여 더 정교한 맞춤형 조언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비전입니다.
Near-Infinite Memory는 혁신적인 기술이지만 다음과 같은 위험과 한계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
AI가 사용자와의 모든 상호작용을 기억하도록 설계됩니다. 이는 사용자의 취향, 습관, 일정, 건강 정보, 심지어 민감한 대화 내용까지 방대하게 축적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AI가 저장한 모든 데이터는 해킹이나 내부 유출 시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존의 제한된 데이터 유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민감한 정보가 한꺼번에 노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는 자신의 데이터가 언제,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기 어렵고 통제하기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AI가 축적한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나 기타 목적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의 동의 없이 데이터가 상업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비용 문제
모든 사용자의 대화 기록을 장기간 저장하려면 대규모 스토리지 인프라가 필수적입니다. 또한, 이렇게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검색하기 위해선 고성능 컴퓨팅 자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합니다.
단순히 저장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요약, 관리, 보안하는 데 드는 비용 역시 상당합니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학습과 운영에 드는 에너지 소비량도 증가하여 환경적인 부담도 함께 커집니다.
AI 의존도 증가
인간이 AI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면서 자신의 기억력과 사고력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캐나다 맥길대, 몬트리올대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AI를 활용한 글쓰기 과정이 인간에게 ‘인지적 부채(cognitive debt)’를 누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